데이팅어플 51

이상형에 외모 얘기밖에 없던 건

누군가를 소개받는 때나, 어쩌다 보면 이상형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상대가 읊은 이상형에 온갖 외모 얘기뿐이고 성격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 도망가라. 외모만 보는 사람이 이상형을 얘기하고 나면 보통 '그럼 성격은 하나도 안 봐?'하고 물어보게 된다. 상대의 반응은 '어, 예쁘기만 하면 돼' 또는 '외모가 내 취향인데 그거면 됐지'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느꼈지만, 진심으로 도망가라. 흔히 취업시장은 연애 시장과 비교된다. 서류를 통과하고, 인적성을 통과하고, n차 면접을 지나 단 한 곳 하고만 계약을 하게 되는 과정이 얼추 맞아떨어진다. 여담이지만, 연애고자라서인가 취업문턱을 참 오래 못 넘고는 했었다. 몇 차례의 통과를 하더라도 그 마지막까지 가지 못해서 말이다. 취업도 연애도 한 번..

한밤중에 '여전히 예쁘네' 메시지 받은 건

세상엔 다양한 연락 스타일이 있다. 나처럼 웬만한 경우 베일듯한 빠른 답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천천히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땐 며칠을 묵혔다가 한 번에 답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새로 관계를 형성할 때, 상대의 연락 스타일을 알아야 서운할 일이 없다. 연락 스타일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더라도, 항상 피해야 할 사람이 있다. 친구로든 연인으로든, 대화를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하는 사람은 곁에 둬서 좋을 게 없다. 관계는 서로 하는 것이지, 한쪽만 만드는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천천히 얘기를 하는 사람은 단순히 답장이 천천히 올뿐이다. 원할 때만 대화를 하는 사람은 이와 다르게 자기가 필요한 경우(화풀이, 자랑, 부탁 등)엔 대화가 잘 이어지지만..

첫 만남에 책을 선물 받은 건

틴더를 대차게 돌리고, 사람을 만나고 하던 시절은 바야흐로 하루 살아내는데 힘들었던 때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자극적인 일을 만들어 신경을 돌리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게 아닐까 싶다. 삶에서 도망가고 싶던 날이 한 둘이 아니었던 때니까 꽤나 신빙성이 있다. 어느 날 이야기를 시작한 그분은, 퇴직했던 회사로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연필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고, 배낭을 메고 친구와 여행을 갔다 왔다고 했다. 면접을 보고 다니고 하는데, 결국 다 잘 되지 않아 다시 돌아간다며 텁텁하게 얘기해주셨다. 취준생 흉내나 내고 있다고 자조하며 이야기하는 내게 그는 시간 되면 밥이나 한 번 먹자 하였다.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일정을 맞춰 자리에 나갔다. 뚝딱뚝딱스러운 느낌이 새삼스러웠다. 상대가 많은 ..

갑자기 모르는 단체방에 초대된 건

간간히 얘기하는 사이였고, 영화나 한 번 같이 봤던가 했었다. 아니 그때는 아직 같이 뭘 한 적이 없었으려나? 갑자기 자기 친한 친구랑 인사하라며 카카오톡 채팅방에 초대되었다. 딱히 어떤 목적이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이 놀고 싶어서라지만, 내 의견은 물어보지도 않았었고 불쾌하다고 밝혔음에도 선을 꽤 넘긴 장난을 그치지 않았다. 웬만해서는 무던하게 넘기지만,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이 나를 가지고 농담하는 것이 기분 좋을 리가 없었다. 이런 식으로 초대해서 막말하는 거 기분 나쁩니다하고 방을 나갔지만, 금세 다시 초대해서 농담 따먹기를 하였다. 두 번째 나갔을 때 장난치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사과를 하였지만, 사람에 대한 인상은 축적되는 것이다 보니 쉬이 바뀌진 않았다. 무례하다는 인상을 버릴 수가 없었고, 뜬..

아무 감정 없던 사람에게 '나 좋아했으면 미안해' 들은 건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나는 몸에 밴 리액션이 꽤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웃으면서 반사적으로 말을 잇기도 하고 읽고 답장을 안보내면 영 찜찜해하던 사람이었다. 틴더 하면서 그래도 온갖 이상한 상황을 겪으며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메시지를 읽고 나선 답을 뭔가 해야만 할 것 같다. 각설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깨어있는 척했으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했다. 마치 토론을 좋아하는 마냥 이야기를 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면 다다다다다 내가 틀렸다는 듯이 수정하기 바빴다. 단순히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토론은 아닐 텐데 말이다. 명절이면 안부도 묻고 안녕을 기원하는 문자를 보내는 습관이 있어서, 그 시즌이면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안부 문자가 없으면 연락처..

본 적도 없는 사인데 고백을 받은 건

틴더를 하다 보면 각양각색으로 이렇게 사랑 고백을 한다고 싶어 진다.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는지는 모르지만, 몇 번(3회 미만) 보지도 않고 좋아한다느니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는 너무 잘 맞는 거 같다고. 물론 그렇겠지, 내가 그렇게나 맞춰줬는걸.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긴 하다. 본 적도 없는데 사랑 고백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니.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메시지를 읽고 답장이 없길래, 이번에도 그렇구먼 하고 연락처를 정리했다. 엮일 일 없겠거니 하면서 잊고 생활하던 어느 날의 새벽 4시 38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 시간에 오는 전화가 멀쩡한 전화 일리는 없지만,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꽤나 술에 취한 목소리. 술 취하고 막 아무한테 전화 걸고 그러면 안된다. ..

화장 안 하고 나왔다고 한소리 들은 건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돈, 화장을 하는데 드는 시간 모두 개인이 쓰는 비용이다. 그렇기에 나에게 사적인 자리에서의 화장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집에서 작업을 하다 집중이 잘 안되어 밖을 나갈 채비를 하고 나간다는 말에, 어플보다는 만나서 얘기하는 걸 좋아한다는 상대는 내가 작업하는 카페로 오겠다는 말을 하였다. 오시는 것은 상관없지만, 편하게 나갈 것이고, 작업하려고 나가는 것이며,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걸 알리며 미리 양해를 구했다. 그는 알았다며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좀 더 아니라고 사양을 했어야 했나 보다. 어플 사용 목적도 친구 만들기라고 밝혀놓았고, 편하게 작업하러 나가는 것이며, 일정 시간 후엔 집에 돌아가야 한다는 언질도 주었으니 별 문제없겠지라는 건 나만의 안일한 ..

첫 연애 (비슷한 것을) 한 건

데이팅 앱으로 사람을 사귈 수 있느냐는 물음은 앱의 본질을 흐리는 질문이다. 데이팅 앱은 사람을 사귀라고 만든 어플이다. 훅업 하고 원나잇 하고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렇지만 본질은 사람을 만나고 사귀라(관계를 맺어가라)는 어플이다. 틴더의 좋은 점은 나랑 접점이 없는 분야나 혹은 생각지도 못한 분야의 다양한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용 초기에는 IT분야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가장 마지막 사용 시기 때 즘에는 꽤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같았다. 생각지 못했던 분야의 사람과 만난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이지만 동시에 꽤나 고차원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요구한다. 무수한 이상한 사람 사이에서, 친구로든 애인으로든 관계를 지속하고 사귈만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섹스라고 말했더니 죽어버리라고 들은 건

둘의 거리는 약 2km 정도. 걸어서도 40분 남짓이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얘기하는 게 잘 맞는다면 동네 친구가 생길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꽤나 집중해서 대화하려고 했다. 상대가 숨기는 게 많아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했으나, 조심스러운 성격이신가 보다 혹은 낯을 많이 가리시나 보다 하면서 말을 이었다. 다시 틴더를 설치한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금세 질려 곧 탈퇴를 할 참이었다. 얘기를 계속할 생각이 있다면 연락처를 알려달라 하였더니, 그는 라인을 사용하자고 하였다. 새로 설치하고 해야 하니까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다른 것은 안 되냐 하니 결사반대를 하였다. 이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는 마음이 들지만 과거의 나는 아직 그래도 사람에 대한 기대치가 있었..

[목차]

개요 목차 섹스라고 말했더니 죽어버리라고 들은 건 첫 연애 (비슷한 것을) 한 건 화장 안 하고 나왔다고 한소리 들은 건 본 적도 없는 사인데 고백을 받은 건 아무 감정 없던 사람에게 '나 좋아했으면 미안해' 들은 건 갑자기 모르는 단체방에 초대된 건 첫 만남에 책을 선물 받은 건 한밤중에 '여전히 예쁘네' 메시지 받은 건 이상형에 외모 얘기밖에 없던 건 꽃뱀일까 봐 무서웠다는 소리를 들은 건 줄게 하던 꽃은 끝까지 못 받은 건 인공지능 세미나를 함께 간 건 애인이라고 하면서 싱글 표시는 지워지지 않던 건 여러 가지 잠수를 겪어본 건 스폰인 척을 하는 사람을 만난 건 가슴 사이즈를 말해줘도 못 알아듣던 건 농담은 본인만 허락되는 사람을 만난 건 어드밴트 캘린더를 선물 받은 건 몸캠 유출 사과 단톡방에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