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고 읽고/책 5

서서히·변한다, 낀 세대 생존법

ㅁ 서서히, 변한다 ㅁ 낀 세대 생존법 ㅁ 헤이북스 ㅁ 2021 저자들이 평범한가 하면 아닌 것 같지만, 장년 직장인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흥미로웠다. 서서히 님과 변한다 님이 번갈아가며 써 내려간 그들의 이야기는 '생존'이라는 말에 어울렸다. 써야 할 말이 많았지만 이야기에 잠시 함께 머물렀던 기억이 좋았다는 말만 써보려 한다. 이미 읽은 지가 한참이 되었고, 종이에 기록해 둔 감상이 어디론가 사라져 느낌만 남아있다. 깊게 읽지 않고 후루룩 글을 마셔버려서 이것 참. 책 편집에서 기억나는 점이 하나 있어서 적어두려 한다. 이 두 분은 같은 결인 듯 다른 결인 듯 비슷하지만 은근히 다른데, 수필이 한 번 씩 교차되며 나오다 보니 헙수룩하게 읽는 독자라면 헷갈릴 수도 있다. 물론 꼭지 시작에..

나태주, 처음보다 나중이 좋았더라

ㅁ 나태주 ㅁ 처음보다 나중이 좋았더라 ㅁ (주)천년의 시작 ㅁ 2021 몇 해 전, 일상의 언어로 시를 쓰는 하상욱 시인이 유명해졌다. 그보다 더 전에 나태주 시인은 쉬운 시를 쓰고 사람들 마음에 머물렀다. 2016년에 나온 꽃 장엄의 개정판이라는 이 책은 어찌보면 시집보다 수필집 같기도 하였다. 쉬이 쓰인 말들이 눈으로 들어와 마음을 간질이고 슬그마니 나간다. 사람을 어찌 저렇게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조그만 것에도 금세 물리는 나에게 사람을 좋아한다는 일은 참 어렵다. 나태주 시인께서는 참 쉽게도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다작하시는 것도 대단하다. 쉽게 쓴다고는 하지만 꾸준하게 창작 활동을 이어가시는 것이 멋지다.

앤드류,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ㅁ 앤드류 ㅁ 잘난 척하고 싶을 때 써먹기 좋은 잡학상식 ㅁ 경향BP ㅁ 2021 대놓고 가볍게 쓰겠다고 하는 책을 좋아한다. '앤드류의 5분 대백과사전' 유튜브 채널 운영자가 쓴 책으로, 서문을 읽고 평소 하던 생각이랑 비슷한데 하며 채널을 찾아보니 좋아하는 결의 채널이 아니라서 아쉬웠다.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서 그 중에 꽂혀서 알아가는 재미를 저자는 알고 있는 것 같더라. TMI의 기준이 주관적이다보니 이렇게 정보 모음집이 색다르게 보이긴 했다. 상식이라는 단어에서 다른 식으로 내용 전개가 될 것을 생각했지만, 잡학 정보에 가까웠다. 대화를 시작할 때, '혹시 ㅇㅇㅇ가 그렇다는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정도의 정보들로 구성되어있다. 글자 읽고 싶을 때 보기 좋은 책이었다. 깊게 딱히 얘기를 하기엔 알..

박은지, 다이어트보다 근력 운동

ㅁ 박은지 ㅁ 다이어트보다 근력 운동 ㅁ 2021 ㅁ (주)동양북스 웹툰 미생에서 이루고 싶은 게 있거든 체력을 먼저 길러야 한다는 조언 회상 장면을 좋아한다.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라며 앞으로의 서사를 시작하는데, 이 말이 맞는 말이라서 참 좋아한다. A Sound mind in a sound body라는 오랜 격언도 마찬가지의 이야기를 한다. 신기하게도 인간은 정신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 심리 상태가 몸에 잘 나타나는 사람이라서 말을 더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가 오면 기압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주로 두통과 기운 없음의 증상으로 몸 상태가 나빠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폭면 혹은 불면이 온다.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고, 다래끼가 생기고, 실핏줄이 터지..

루리,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ㅁ 루리 ㅁ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 ㅁ 2020 ㅁ 비룡소 아동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다양한 책을 접했고, 그림책이라는 분야가 깊다는 걸 조금이나마 배웠다. 그 배경을 잊고 있었는데, 한동안은 글자조차 읽을 수 없어서 그림책이라는 분야에 눈이 많이 갔다. 루리 작가의 '그들은 결국 브레멘에 가지 못했다'는 황금 도깨비상 수상작이라는 글자가 아른거려 계속 장바구니에 두었던 작품이다. 글자를 읽는 게 힘든 어느 날 문득 결제를 해버렸고, 5분도 안 되어 다 읽어버린 책은 생각 타래를 만들어줬다. 그림책은 책이지만 그림이고 그림이지만 책이라서, 그림에 집중하여 읽을 수도 있고, 글에 집중하여 읽을 수도 있다는 매력이 있다. 브레멘 음악대를 모티프라고 할지 오마주라고 할지 발전시켰다 할지, 학식이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