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 51

기억이 끊긴 건

한국에 마약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뉴스를 보는데, 남녀가 노출되는 마약이 다르다는 소리에 한 차례 '엥?' 하였다. 기사를 읽어보니 자발적으로 마약을 접한 게 아니라 강제로 투여되어 중독된 사례의 차이 때문이었는데, 이거 참. 한 금수를 만났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낯선 이와 처음 만날 때, 절대 술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게 한 그 기억 말이다. 별로 많은 얘기를 나누진 않았으나, 크게 나쁜 얘기를 하지 않고 멀쩡해 보여서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하는 만날 약속을 잡았다. 약속 당일, 어째선지 생리가 터져버렸다. 첫 만남인데 당일 파투는 아닌 거 같아서 생리 첫날의 거지 같은 컨디션으로 정신줄을 꼬옥 잡으며 약속 장소에 갔다. 종로에서 만난 그는 제주 흑돼지를 먹으니까 맞춰서 한라산 소주를 마시..

속궁합을 본다는 사람을 만난 건

최근 만난 사람과 틴더 이야기를 하다 보니 틴사보를 안 쓴 지가 한참이라는 걸 깨달았다. 어플을 꽤 오래 안 썼는데 이걸 쓰는 게 맞나 싶다가도, 그냥 개인의 경험이니까 손도 풀 겸 적어가볼까 한다. 올해 안에는 마무리를 지어야지. 성관계는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이혼사유가 될 만큼 연인, 부부 사이에 꽤 중요한 일이다. 서로가 어느 정도 욕구의 정도가 맞는 사람끼리 만나는 게 좋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 처음 만나기도 전부터 할 얘기는 아니지 이 사람들아. 개인적으로도 속궁합이라는 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애초에 속궁합이라는 게 성기 모양 같은 물리적인 것 외에도 같이 맞춰가는 부분이 있는 만큼 지랄시나이데 하게 되는 것이다. 만나보고 얘기 나눠 보고 좋아질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고 한 거지..

영어 표현 지적을 받은 건

안 그래도 나쁜 기억력인데 점점 기억이 희석되고 있어, 가볍게 써볼까 하고 만만한 소재를 꺼내보았다. 강산이 반은 바뀌고도 남을 시간 전의 이야기니까 약간의 '라떼'이야기에 가까운 이야기이니 그런 사람도 있구나 넘어가면 그만이다. 당시 틴더는 외국인, 교포, 외국 생활을 오래 한 한국인, 유학 중인 한국인, 그리고 한 줌의 토종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기였다. 그는 이중에서도 외국 생활을 나름 오래 한 한국인으로 교수를 하기 위해서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니 서울대니 하는 학벌도 뭣도 다 사람됨이 먼저 받쳐줘야 되는 거 아닌가라는 어릴 적부터 한 생각을 공고히 다지는데 공헌한 사람이라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 같다. 대충 이공계열의 빠른 진학과 더불어 본인이 주장하는 바로는 능력이 있어서..

거절당한 적 없다는 사람을 만난 건

사람이 좋은 것을 접하다 보면 본인이 가지고 있는 '좋음'의 기준이 점점 올라간다. 맛있는 음식을 먹다 보면 맛있다는 기준이 올라가고, 예쁜 것을 보다 보면 미감의 기준이 올라간다. 예부터 눈으로 많은 것을 쫓던 나는 애석하게도 그래서 잘생기다의 기준이 높다. 비례와 균형, 짙고 옅음을 다 따지고 개인의 취향이 작은 스푼 하나 정도 있는 기준. 테스토스테론이 잘 나온 정석 미남상을 좋아하는 것은 개인의 취향이니까 넘어간다고 쳐도, 잘생기지 않은 것에 잘생겼다고 하는 건 꽤나 반감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취향이나 기준은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쌓이고 만들어지는 것인데, 모두에게 적용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진이 없는 사람은 왼쪽, 프로필이 재미없는 사람도 왼쪽, 대화가 전혀 안 될 것 같은 사람도..

첫 경험을 가져가달라는 사람을 만난 건

스냅챗 친구 추천 목록에 낯선 이름이 보였다. 이 친구 아직 내 번호가 있나 보네. 틴더 사용 보고서는 몇 해 묵은 이야기가 많고, 이 친구도 그렇기에 살짝 놀라긴 했다. 다들 연락처 정리를 잘 안 하나 보구나. 당시는 한 겨울로, 이 친구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얼마나 설레는 순간이겠나, 그간의 노력과 운이 합쳐진 합격장을 받고 새로운 변화에 앞서 두려움과 흥분이 뭉터기로 있는 그 시간. 오만방자해도 세간에서 청춘이다, 젊음의 패기다 덮어주는 그 시간. 그는 그 시간 속에 있었다. 단정적으로 이런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고, 어폐가 있을 순 있으나, 대학 입시가 인생 최대의 업적인 사람만큼 작은 사람도 없다. 수능성적도, 대입도 오롯한 실력으로 성취한다는 착각이 있는..

겸상 못할 사람을 만난 건

반쯤 농담 삼아서 하는 말이긴 하다만, 못생긴 사람이랑 겸상하는 게 어렵다. 단순히 외모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가 못생겼을 때 음식이 넘어가질 않는다. 심한 경우엔 체하기도 한다. 그는 본인이 일궈낸 것들에 꽤나 자신에 차서 말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자신이 쓸 돈은 스스로 벌어서 생활했고, 관심이 있어야 적극적으로 하는 편이라 다양한 직업을 거치며 여러 경험을 했다 등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다만 xx염색체를 가진 영장목 사람과 사람속 생명체를 본인과 동등하게 보는 법은 모르는 것 같았다. 본인 이름도 가리면서 집에 초대해서 자고 싶다고 하는 것도 우스웠다. 뭐가 그렇게 중요한 정보이시길래? 이야기를 할 때부터 싸함이 조금 느껴지긴 했지만 무시하고 첫 대면을 했을 때, 아 역시..

입사 제의를 받은 건

마음이 불안한 사람은 작은 유혹에도 흔들리기 쉽다. 어떤 제안에 별다른 고민 없이 덜컥 뛰어들기 쉽다. 운 좋게도 당장 일하지 않아도 되는 집에서 태어나 식주는 걱정하지 않고 살 수 있었지만, 그때는 적이 없는 상태로 일일 알바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터라 항상 맘이 편치 않았다. 얘기가 잘 안 맞는 데 싶은 분이 에너지가 굉장히 밝다며, 본인 회사에 지원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하였다. 저런 대사를 치는 곳이라면 재고를 해야 하는 게 맞지만, 당시로선 불안하고 급박한 마음에 일단 얘기나 들어보자며 일을 진행했다. 별 다른 정보를 요구하거나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아서 면접을 진행했다. 팀장이라는 사람과 말을 하다 보니 아, 여긴 아니구나 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을, 사회를 돕는 단체..

어려운 말을 한다는 소리를 들은 건

평소에 말을 어렵게 하는 편이냐 하면,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대에 맞춰 어휘를 골라가며 사용하는 편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어휘를 쓰고, 어느 정도의 진중함을 가지고 얘기를 하는지 알 수 있다. 상대의 결에 맞춰서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자연스럽게 말이 이어지기에, 가벼운 얘깃거리를 던지며 어떤 느낌의 말을 구사하는 지를 파악한다. 이렇게 파악을 하는 것은 일종의 습관일 수 있는데, 적어도 얘기하는 동안은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나온 욕심이 아닐까. 사람들의 어휘 수준은 참 다양하고 주로 쉬운 단어로 얘기를 하지만 가끔 한자어나 자주 쓰이지 않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런 낯선 단어를 마주했을 때, 얼마나 많은 글을 다양하게 접해보았는가에 따라 상대가 보..

패완얼을 강조하는 사람을 만난 건

"당이 땡긴다는 건 사실, 소장이 보내는 신호예요"라고 알려준 그는 의사가 되려고 공부하는 사람이었다. 아마 지금쯤은 거의 과정을 다 마치고 전문의가 되어 있지 않을까? 별 다른 특징은 기억나지 않는데, 외모 자존감이 낮고, 돈을 참 아무렇지 않게 쓰시는 분이었다. 옷을 살 때가 되었다며, 합정에 있는 한 남성복 매장에 함께 가자 하여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충분히 대중교통을 타고 다닐만한 거리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불편하다며 택시를 고집했다. 택시 타는 게 그렇게 편하지 않은 BMW(Bus, Metro, Walk) 애용자로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합정역 근처 신사복 가게에 도착하여 옷을 입어보고 둘러보는데, 그는 계속하여 '어차피 패완얼이잖아요'라는 이야기를 했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다'라니. 개인적..

6시간이 넘게 통화를 한 건

새벽 감성이었을까,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났다. 본명이 기억나진 않고, 운영하는 카페의 상호로 사용 중인 영어 이름만 남아있다. 막 오픈을 했을 때였으니까, 지금은 거의 4, 5년쯤 되었으려나? 인스타그램에 검색해보니 있는 거 같긴 하던데 그 카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연락을 좀 하다가 카카오톡으로 넘어왔던 날이었는지, 카톡으로 꽤 얘기를 했던 후인지 기억은 많이 희미해졌는데, 그날은 어째선지 통화를 했다. 카톡으로 계속 얘기하니 눈이 아프다는 뻔한 이유와 이대로 잠들긴 아까우니 조금만 더 입 털면서 떠들다 잡시다 였는데, 새벽 2시쯤에 시작한 전화는 5시쯤 동이 튼다 소리를 지나, 8시가 되어서 아 그래도 하루를 이제 시작해야죠 하면서 끝났다.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에 가깝고, 전화보단 만나는 걸 선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