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한밤중에 '여전히 예쁘네' 메시지 받은 건

소시민김씨 2021. 1. 23.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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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다양한 연락 스타일이 있다. 나처럼 웬만한 경우 베일듯한 빠른 답장을 하는 사람도 있고, 본인이 원하는 시간에 천천히 얘기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땐 며칠을 묵혔다가 한 번에 답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새로 관계를 형성할 때, 상대의 연락 스타일을 알아야 서운할 일이 없다.

 연락 스타일이 다름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더라도, 항상 피해야 할 사람이 있다. 친구로든 연인으로든, 대화를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하는 사람은 곁에 둬서 좋을 게 없다. 관계는 서로 하는 것이지, 한쪽만 만드는 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천천히 얘기를 하는 사람은 단순히 답장이 천천히 올뿐이다. 원할 때만 대화를 하는 사람은 이와 다르게 자기가 필요한 경우(화풀이, 자랑, 부탁 등)엔 대화가 잘 이어지지만, 이쪽에서 얘기를 시작하거나 하는 경우 시큰둥하게 반응하거나 무시한다.

 틴더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경우가 꽤 빈번했는데, 아마 상대를 배려할 생각이 없어서 그랬겠지 싶다. 실제로 엮인 사이도 아니고 하니까 어느 정도 인간성이 나오는 부분이 아닐까. 그중 해외 영업 일을 하느라 본인이 바쁘다고 비싼 척을 하시던 분이 하나 있었다. 새벽에 본인 심심할 때면 메시지를 보내고 얘기하다 잠수 타서 까먹고 지내면, 몇 개월 잠잠하다 싶더니 페이스 톡을 걸어서 가슴을 보여달라 엉덩이를 보여달라 하기도 하고, 제가 왜 그래야 하나요 하면서 말았지만, 참 대단한 분이셨다. '이런 연락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는 말 덕분인지 그 뒤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대체 왜 저러지 이해할 수 없네 하며 연락처를 삭제하고 한참이 지났다. 어느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꿨더니 누가 보면 사연이 있는 애틋한 사이처럼 그에게 메시지가 왔다. "여전히 예쁘네" 하고. 어쩌라는 거지 싶어서 메시지를 삭제하고 일상을 보냈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 가수면에 들어간 새벽, 또 페이스톡이 왔다. '자는 시간에 이러는 거, 예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수고하세요.' 하고 끊고 처음으로 차단을 해보았다. 사람을 차단하는 게 싫은 데, 세상에는 언젠가 사람을 차단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 같다.

 사람의 관계는 혼자 쌓는 게 아니다. 서로 쌓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가 나를 살피거나 하는 작은 의지도 없고, 나를 이용만 하려 드는 건 아닌지, 내가 굳이 그 사람과 관계를 계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여러모로 살펴보고 끊어야 할 관계는 꼭 끊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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