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어플 51

몸캠 유출 사과 단톡방에 초대된 건

적당히 멀끔한 외모에 예쁘게 말을 하던 그였다.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이 꽉 차게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카페에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내 주변까지 와주었다. 세 번쯤 만났을까, 집에 도착했다던 그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새로운 사람이랑 연락하나?', '혹시 그냥 자려고만 했는데 낌새가 없어서 그런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미 그의 태도는 바뀌었고 굳이 그 태도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연락이 뜨문뜨문 해지고, 그에게선 대화 의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태도가 살짝 거슬리기 시작할 즈음, 그래도 실제로 본 사이이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호감도 있었으니, 확실하게 물어보고 정리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연락하지..

어드밴트 캘린더를 선물 받은 건

"지금 되게 먼 데, 어디에 있는 거야? 대충 유럽인가?" "응, 독일이야." 독일에 있던 그는 일본과 한국으로 휴가를 올 예정인데 그전에 그 나라의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옐로 피버(yellow fever, 동양인 여자만을 좋아하는 일종의 패티쉬, 아시안 페티시)인 건지 단순하게 현지인을 만나고 싶은 지는 몰라도 매치가 된 김에 얘기를 시작했다. 그가 독일에 있을 때부터 여행을 시작하여 일본을 여행하는 한 달을 지나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을 쭈욱 걸쳐, 되는 때면 얘기를 했다. 당시에 한창 코로로 젤리가 수입되며 유행을 탔는데, 개인적으로 코로로 백도 맛을 제일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잘 구할 수 없으니, 발견하게 되면 사 와달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11월 말에 만나기로 했으나, 일정이 조금 ..

농담은 본인만 허락되는 사람을 만난 건

5살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분이었다. 꽤나 호감을 표하셨지만, 정확히 무엇인가 짚을 수는 없는 묘하게 걸리는 구석이 있었다. 나이 차이의 문제는 아니었다. 그저 이야기를 할 때면 대화의 초점이 자꾸 어긋나는 게 느껴졌다. 한 시간 정도씩의 짧은 두 번의 만남이었지만, 덜그럭 대는 대화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왜 충돌이 일어나는 걸까요? CSS..." "힘을 가진 두 객체가 서로의 방향을 합의하지 못해서?" "원론적인 얘기네요." "단 거라도 먹여요. 너네가 싸울 때가 아니잖아. 밥이라도 좀 먹고 시작하자~ 이렇게" "오 그래요. 도움이 안 되는 군." 상대는 본인은 우문현답에 가깝게, 성의 있게 답변하고 있다며 내게 공격적이라는 말을 했다.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CSS 내부 충돌이 있는 부분을 얘기하..

가슴 사이즈를 말해줘도 못 알아듣던 건

특별한 페티시가 있지 않다면 보통 여성의 가슴, 허리, 엉덩이, 허벅지 정도에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 몸이 구역 구역 나뉜다는 것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자극으로 흥분이 되는 것에 동의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그중 유달리 가슴이 큰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상을 파헤쳐 보면 포르노에 의한 잘못된 인식이 박힌 경우가 다수였다. 흔히 A컵이니 B컵이니 하는 것은 윗 가슴둘레에서 밑 가슴둘레를 뺀 값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두 수치를 알고 있다면 컵 사이즈는 자동으로 계산을 할 수 있다. 가슴의 모양은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기에 단순히 컵만으로는 뭐가 어떻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가슴 무슨 컵이야' 같은 멍청한 질문을 들으면 항상 윗/밑 가슴둘레 수치를 말해줬으나..

스폰인 척을 하는 사람을 만난 건

속된 말로 '스폰을 받는다'라는 어구가 있다. 후원을 받는다고 하지 않고, 스폰을 받는다고 하는 것에는 단순한 후원을 넘는 무언가가 있어서 일 것이다. 틴더에도 어디서 긁어온 가방 사진이나, 차 사진, 호텔 정경 같은 것들을 프로필 사진으로 걸어놓고 바이오(프로필)에 '스폰 가능' 따위의 문구를 해놓는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매칭 될 리가 없지라는 생각으로 좋아요를 하니, 웬 걸 몇 명과 매칭이 되었다. 그들에게 모두 공통된 질문을 던졌다. "이러면 실제로 스폰 요청을 해요?" 다른 사람들은 다 답장이 없었으나, 한 사람이 답을 해줬다. "그러게요 저도 궁금해서 써봤는데, 딱히 뭐 없던데요?" 조악한 달러 사진을 올리고 누가 봐도 가짜 계정 같은 분이었다. '이건 너무 티 나서 그런..

여러가지 잠수를 겪어본 건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가볍게 보이는 일이긴 하다. '스크린 너머에 사람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었나보다.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면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는 다들 갖추겠거니 하던 나의 어리석은 믿음은 몇 차례의 잠수와 함께 사르르 없어졌다고 한다. 잠수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며칠 전부터, 약속 당일. 첫 번째처럼 갑자기 잠수를 타는 경우, 대체로 곧 커플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이 바뀐다. 아이고 뭐 그럴 수 있죠 행복하십쇼하고 마는 첫 번째 경우는 피해본 게 없어서 별 문제가 없다. 다른 두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내 시간이 낭비되고, 피해가 생긴다. 두 경우 중 그나마 며칠 전부터 잠수를 탈 때는, 파투 나겠거니 하면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애인이라고 하면서 싱글 표시는 지워지지 않던 건

집도 가깝고 그냥저냥 나쁘지 않았기에 만나던 와중에, '애인'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우리 애인 사이예요?!" 전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 그분의 인스타그램에는 떡하니 박혀있는 '싱글' 표시가 있었기 때문이다. 프로필에 왜 굳이 싱글을 쓰지 라는 생각이 더 컸지만, 본인 프로필에 뭐를 쓰든 표현의 자유니까 그렇구나 원래 되게 티 내는 타입인가 보네하고 있었는데, '애인'이라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서 이게 뭐지 하며 정정을 할 타이밍을 놓쳤다. 특별히 만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런 게 애인 사이인가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며 더더욱 이상했다. 대체 그는 왜 나를 애인이라 칭하는가? 그러던 어느 날, 싸함이 스쳐 지나갔다. 제주도에 다녀온 그가 사온 선물..

인공지능 세미나를 함께 간 건

개요에서 언급했다시피, 틴더 사용 목적은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 요새 틴더 마케팅을 보면 애초에 나 같은 사람들도 존재를 했던 게 아닐까 싶다. (이제 와서 그렇게 보려 해도 색안경이 벗겨지진 않지만 시도는 인정한다.) 관심사가 얕고 넓게 퍼져있는 편인데,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꽤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신기술이 어떻게 사회에 적용되고 이용될까는 최고의 관심사이다. 각양각색으로 범죄에 응용하는 모습을 보다 보면 와 정말 똑똑한 사람 많구나 싶다. 알파고와 이세돌 프로의 대국이 막 끝난 시점 즈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인공지능 세미나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잘 모르는 분야의 세미나라서 가서 졸진 않을까가 걱정이었다. 우연찮게도 당시 얘기를 나누던 사람이 자연어 처리 관련 공부..

줄게 하던 꽃은 끝까지 못 받은 건

꽃은 꺾이는 순간부터 시들어간다. 선물로 주고받는 꽃은 마지막 생명을 불태우고 있어서 아름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눈에 예쁜 것을 좋아하다 보니 꽃 선물을 좋아하지만 실제로 받아본 적은 손에 꼽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꽃 선물을 참 좋아하는데, 받은 적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종종 하곤 했다. "뭘 그렇게 봐?" "꽃 자판기가 있더라고, 예쁘다 싶어서." "꽃 좋아해?" "응, 근데 특별한 날 말고 받아본 적이 없어서 아쉬워." "애인이 준 적 없어?" "애인이 있었냐부터 물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사실인걸. 내일은 꽃 사볼까." "사지 마, 내가 사줄게. 지금은 달라고 해서 사주는 거 같으니까, 다음에." 잠깐이나마 설레게 저런 식으로 말을 해준 사람도, 애인이 생..

꽃뱀일까봐 무서웠다는 소리를 들은 건

들을 때마다 어이가 털리는 말 중 단연 최고인 말이 있다. "네가 먼저 꼬셨잖아." 스틱스 강에 걸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점인데, 아무런 교류가 없는 상태일 때, 여태껏 먼저 꼬셔본 적이 없다. 종종 듣게 되는 저 말을 돌아보면, 상대의 자신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다. 가장 마지막으로 저 대사를 들었을 때는 꽃뱀인 줄 알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였다. 몇 주 정도 이야기를 하고서야 만난 사이였고, 두 번째 만남인가에 스킨십이 있었다. 어차피 연애 생각도 없는 시점이었기도 하고, 고백하자면 스킨십에 큰 의의를 두는 편이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말았다. 그날 헤어지고 난 후, 그는 갑자기 연락되지 않았다. 약 한 달 뒤, 아무렇지 않게 연락이 왔다. "뉴스 보면 막 성추행이니 성폭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