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를 하다 보면 각양각색으로 이렇게 사랑 고백을 한다고 싶어 진다.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왔는지는 모르지만, 몇 번(3회 미만) 보지도 않고 좋아한다느니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는 너무 잘 맞는 거 같다고. 물론 그렇겠지, 내가 그렇게나 맞춰줬는걸.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긴 하다. 본 적도 없는데 사랑 고백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니.
한창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 순간 메시지를 읽고 답장이 없길래, 이번에도 그렇구먼 하고 연락처를 정리했다. 엮일 일 없겠거니 하면서 잊고 생활하던 어느 날의 새벽 4시 38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저 시간에 오는 전화가 멀쩡한 전화 일리는 없지만, 잠결에 전화를 받았다. 꽤나 술에 취한 목소리. 술 취하고 막 아무한테 전화 걸고 그러면 안된다. 친한 친구한테도 새벽 4시에 갑자기 전화를 거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너무 좋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주절주절 이런 점이 좋았고, 저런 점이 좋았고, 나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은지를 얘기했다. 5분도 안 되는 통화시간동안 그는 얼마나 그가 나를 사랑하는지 얘기했다. '많이 드셨네. 취했음 들어가 쉬세요' 하고 끊고 나니 사랑한다는 말이 무얼까 싶었다. 물론 다음날 사과따윈 없었다.
클로저라는 영화의 대사로 대화를 시작했던 사람이었는데, 영화를 관통하는 그 생각거리를 던져주고 사라졌다. 사람의 감정에는 이유가 없다지만, 그에게 사랑한다는 건 뭐였을까. 술주정이었겠지.
섣불리 사랑 고백을 받으면 상대의 감정을 의심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랑한다는 건 정말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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