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소개받는 때나, 어쩌다 보면 이상형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상대가 읊은 이상형에 온갖 외모 얘기뿐이고 성격에 대한 얘기가 없다면 도망가라. 외모만 보는 사람이 이상형을 얘기하고 나면 보통 '그럼 성격은 하나도 안 봐?'하고 물어보게 된다. 상대의 반응은 '어, 예쁘기만 하면 돼' 또는 '외모가 내 취향인데 그거면 됐지'다. 여러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느꼈지만, 진심으로 도망가라.
흔히 취업시장은 연애 시장과 비교된다. 서류를 통과하고, 인적성을 통과하고, n차 면접을 지나 단 한 곳 하고만 계약을 하게 되는 과정이 얼추 맞아떨어진다. 여담이지만, 연애고자라서인가 취업문턱을 참 오래 못 넘고는 했었다. 몇 차례의 통과를 하더라도 그 마지막까지 가지 못해서 말이다. 취업도 연애도 한 번만 끝까지 가면 되는 거다. 외모는 일종의 이력서로, 만남을 지속할 수 있는 관문의 열쇠이다.
성적인 매력을 느낄 때, 외모가 작용하지 않는다는 건 거짓말이다. 하지만 외모가 모든 매력을 결정하진 않는다. 누군가는 그 사람의 말에서, 태도에서, 터져 나오는 분위기에서, 가지고 있는 지식에서, 다양한 다른 곳에서 매력을 느낀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외모라는 껍데기 속에 누구도, 심지어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개성, 혹은 인격이라는 게 존재한다.
나이가 어리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 지를 탐구하는 시간이 없었어서 성격적인 부분을 얘기할 수 없다고 방어라도 할 수 있으나, 어느 정도 나이가 찬 경우인데도 외모만 가지고 이상형을 말한다면 물음표를 띄워야 한다. 외모만 본다는 그 사람은 나를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다. 치킨도 아닌데 가슴 허리 허벅지 엉덩이 다리 부위별로 품평당하는 싸한 느낌을 굳이 받고 싶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외모만 보는 사람에게 상대방은 사람이라기보다 트로피 같은 일종의 물건이다.
항상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도, 상대가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만들어가고 싶어 하는가, 자신이 어떤 사람이랑 잘 맞는지 알고 있는가 정도의 생각도 없는 경우라면 글쎄. 잘은 몰라도 그 길은 쉬운 길은 아닐 것이다.
'김씨잡변 > 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줄게 하던 꽃은 끝까지 못 받은 건 (0) | 2021.02.02 |
---|---|
꽃뱀일까봐 무서웠다는 소리를 들은 건 (0) | 2021.01.29 |
한밤중에 '여전히 예쁘네' 메시지 받은 건 (0) | 2021.01.23 |
첫 만남에 책을 선물 받은 건 (0) | 2021.01.19 |
갑자기 모르는 단체방에 초대된 건 (0) | 2021.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