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

"아빠는 뭐든지 될 수 있어."

어른이 된다는 건 실망을 지나 두려움을 건너 이해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늘 같던 존재들이 똑같이 그저 한 명의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고, 거대하던 모습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마주하며, 결국 나도 시간을 피할 순 없다는 걸 머리로 마음으로 이해하는 과정인 게 아닐까 싶다. "아빠는 뭐든지 될 수 있어!" 조카의 말에 갑자기 울컥 눈시울이 아렸다. 그치 나도 저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지. 저 말을 듣는 오빠는 얼마나 행복할까? 또 동시에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아마 앞으로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르고, 지금의 나로선 알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이겠지. 어린 날의 나에게 부모님은 뭐든지 할 줄 아는 만능 재주꾼에, 무엇이든 답을 아는 척척박사였다.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나이보다 더 어릴 때 오빠와 나를 낳아 기르셨고, 나..

김씨잡변/잡담 2023.02.15

"손님은 왠지 이해하실 거 같았어요."

계속된 초과근무로 몸은 지칠 대로 지치고, 심력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어느 날이었다. 기사님과 선을 넘는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서, 혼자 택시 타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날을 넘겨서 집에 들어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던지라, 그 시간엔 집에 갈 수 있는 수단이 택시뿐이니 집엔 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랜만에 오늘 안에 집에 갈 수 있겠구나'하며 택시를 잡았다. 평소처럼 '안녕하세요 기사님' 하며 탑승했다. 어떻게 갈까요 하는 질문에 '내비게이션 따라 가주시면 돼요'하고 대답하곤 창 밖을 보며 피로한 눈을 달랬다. 까만 도심에 반짝반짝 빛이 박혀있는 장면을 스치며 꼬리잡기 하듯 흘러가는 생각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늘이 며칠이더라. 사는 게 다 이런 걸까? 피곤하다. 막판에 그렇게 바꿔..

김씨잡변/잡담 2022.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