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여러가지 잠수를 겪어본 건

소시민김씨 2021. 2. 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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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가볍게 보이는 일이긴 하다. '스크린 너머에 사람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이었나보다. 만나자는 약속을 한다면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는 다들 갖추겠거니 하던 나의 어리석은 믿음은 몇 차례의 잠수와 함께 사르르 없어졌다고 한다.

 잠수의 유형은 크게 세 가지다.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만나자고 약속을 잡고 며칠 전부터, 약속 당일. 첫 번째처럼 갑자기 잠수를 타는 경우, 대체로 곧 커플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이 바뀐다. 아이고 뭐 그럴 수 있죠 행복하십쇼하고 마는 첫 번째 경우는 피해본 게 없어서 별 문제가 없다. 다른 두 경우는 얘기가 다르다. 내 시간이 낭비되고, 피해가 생긴다.

 두 경우 중 그나마 며칠 전부터 잠수를 탈 때는, 파투 나겠거니 하면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만나는 게 너무 기대되고 빨리 보고 싶다고, 훨씬 뒤에 있던 약속을 당겨 보자 하던 사람이 갑자기 잠수를 탔다. '우리 결혼하면' 같은 소리를 하다가 실제로 보려니 무서웠던 걸까? 이미 며칠 전부터 연락이 되질 않았기에 만나기로 했던 시간엔 다른 일을 했지만, 그저 찝찝했다. 그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잠수를 탔으면서 인스타그램 스토리는 왜 보는 건지. 인스타그램 스토리 보면 흔적 남는 거 모르나? 저런. 

 약속 당일 갑자기 잠수 타는 사람 중엔 일부러 상대를 골리려고 그런 행동을 한 사람도 있었고, 바람을 맞혔지만 그때는 무서워서 그랬다며 다시 연락이 오는 사람도 있었다. 전자의 사람은 대화가 지금 당장 나와라, 지금 보자 이런 식이었기에, 께름칙했다. 근처 가까운 곳에서 시간이 뜨는 날이었어서 그러자 하고 약속을 잡았지만, 역시나 그는 나오지 않았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상대를 골리려고 한 사람은 사는 게 얼마나 팍팍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면 대체 누가 이득을 보길래. 다른 이의 피해가 본인의 기쁨이 된다니, 그 생각과 행동 자체가 불쌍했다.

 무서웠다며 잠수를 탔다가 나중에 연락 오는 경우는 은근히 있었는데, 이 경우 상대방들은 태도가 달라졌다며 놀란다. 아니 그럼 잠수 타기 전처럼 친절하게 대해줄 줄 알았나. 나는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필요 없고, 친절이 기본값이지만 항상 그런 사람은 아니다. 생각해보면 성격이 안 좋은 쪽에 가까운데 잘 숨기는 사회적 동물로서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닌가 싶다.

 다양한 잠수의 종류가 있다. 그 어떤 것도 상대를 고려하지 않은 예의 없는 행동이다. 가벼운 만남이라 그렇다고 쳐도 이해가 가는 일인가는 잘 모르겠다. 기본적인 배려와 예의가 없는 사람을 굳이 사람으로 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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