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어드밴트 캘린더를 선물 받은 건

소시민김씨 2021. 3. 11.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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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되게 먼 데, 어디에 있는 거야? 대충 유럽인가?"

 "응, 독일이야."

 독일에 있던 그는 일본과 한국으로 휴가를 올 예정인데 그전에 그 나라의 사람들과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옐로 피버(yellow fever, 동양인 여자만을 좋아하는 일종의 패티쉬, 아시안 페티시)인 건지 단순하게 현지인을 만나고 싶은 지는 몰라도 매치가 된 김에 얘기를 시작했다.

 그가 독일에 있을 때부터 여행을 시작하여 일본을 여행하는 한 달을 지나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을 쭈욱 걸쳐, 되는 때면 얘기를 했다. 당시에 한창 코로로 젤리가 수입되며 유행을 탔는데, 개인적으로 코로로 백도 맛을 제일 좋아하지만 한국에서 잘 구할 수 없으니, 발견하게 되면 사 와달라는 미션을 부여했다.

 11월 말에 만나기로 했으나, 일정이 조금 뒤틀려 12월 초에 만나기로 하였다. 약속을 미루자 그가 굉장히 아쉬워했는데, 이유는 만나는 당일에 알 수 있었다. 길다면 긴 시간 동안의 대화를 거치고 실제로 만난 날, 한국 웰컴 키트라며 적당히 한국 전통 문양이 들어간 기념품들 꾸러미를 그에게 내밀었다. 별 건 아니었지만 나름 고심해서 골랐던 것 같다. 작은 선물 꾸러미를 받고 그는 미션을 완료하진 못했지만 줄 선물은 숙소에 있다며, 둘러보고 잠시만 들렀다 가자고 했다. 홍대를 이곳저곳 구경시켜주고 좋아하는 음식점과 카페에서 맘껏 일본 여행에서 있던 일들과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연남동의 있는 그의 숙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숙소를 구경시켜주겠다며 들어와도 좋다하여 냉큼 들어갔다. 방이 2개에 부엌이 따로 있는 그의 숙소는 꽤나 좋아 보였다. 하나 둘 선물을 꺼내는데, 독일에서 온 발포 비타민, 일본에서 온 종류별 코로로 젤리까지는 부탁했던 것들이라 '하나면 되는데 뭘 이렇게 많이 가져왔지' 정도의 마음으로 구경을 했다. 주섬주섬 한가득 비타민과 젤리를 다 꺼냈겠거니 하는 중, 그는 제일 중요한 게 남았다며 기대하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가방 속에서 꺼낸 것은 리터스포트 사에서 나온 초콜릿 어드밴트 캘린더였다. 트리 모양으로 장식을 할 수 있었고, 그 위에 초콜릿을 올려놓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면 되는 일종의 아이들용 상품이지만, 취향 잭팟을 맞췄다. 단 후식류를 좋아하고 개중에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으나, 어드밴트 캘린더를 가져올 줄은 몰랐다. 그는 너무나 좋아하는 나의 모습에 부피가 있어서 망가질까 봐 가져올까 고민을 꽤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니 가져오길 잘했다고 했다.

 막차가 아슬한 시간이라, 괜찮은 와인이 있는데 마시고 갈래 하는 그의 제안을 거절하고 집에 갔다. 생각해보니 더 머물다 가, 같이 있고 싶다는 얘기였을텐데 선물만 홀랑 들고 온 나새끼. 고작 초콜릿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에 순수하게 좋아하는 네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말해주는 좋은 친구였다.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그래도 한 번 더 한국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인스타그램으로 거의 연 단위의 안부인사를 형식적으로 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그래도 독일 가면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있다니 참 좋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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