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가명 쓰는 사람을 만난 건

소시민김씨 2021. 8. 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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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의 금요일에 맞춰 뭔가 소름 끼치는 일화를 써볼까 하다가 소름 끼치는 건 묻어두고 그저 좀 맘에 안 들었던 이야기를 가져왔다. 첫 시작이 계속 맘에 들지 않아 몇 주 묵히고 있던 이 소재를 꺼내볼까 한다.
우리는 과하게 연결된 세상에 살고 있다. 덕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많은 정보를 노출하고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흔한 네티즌 수사대 놀이를 할 수 있다. 이름, 자주 쓰는 닉네임, 이메일 주소, 직장, 전화번호 등 어떤 작은 정보라도 그 사람을 캐낼 수 있는 힌트가 될 수 있다.
데이팅 어플의 안 좋은 인식을 걱정하는 사람 중엔 '그 어플 쓰는 거 알면 어떡해', '아는 사람 마주칠까 봐' 자신의 정보를 최소화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지만, 여기서 언급하려는 것은 아예 목적을 가지고 가명을 쓰는 사람들이다. 이니셜로 해 놓거나 차라리 닉네임으로 불러달라고 하는 경우가 아니라, 그럴듯한 이름을 사용하는 그런 사람들이다.
개요에서도 언급했듯 다른 어플들도 사용해봤고, 시간을 걸쳐 혹은 어플을 걸쳐 일어나는 일이다. 나중에 또 언급하겠지만 재밌게도 틴더에서 매치가 되었던 사람이 다른 소개팅 어플에서도 나타나고 하는 경우도 많다. 재밌다고 할지 당연하다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명을 쓰는 경우, 즉 그럴듯한 다른 이름을 쓰는 경우에는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이 생기며 신뢰의 문제가 생긴다. 틴더에서는 김민수라면서 범블에서는 최인혁이라고 한다. 어느 곳의 말을 믿어야 할까? 사진은 물론 프로필 내용도 같다. 이미 임자가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물론 임자가 있을 수도 있다) 소개팅 어플을 여러 개 사용하는 것이야 당연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같이 놀기 즐거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기에 매칭 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얼마나 떳떳하지 못한 짓을 하려고 싶어서 자기를 그렇게 가리나 싶다. 원나잇을 하든 파트너를 찾든, 어떤 형태의 무엇을 원하든 간에 어느 정도 자신을 내비치는 것은 필요하다. 어정쩡하게 숨길 바엔 드러내는 것이 위험성을 낮추는 전략이다. 내가 이만큼 깠으니까 너도 까라고 정보 대칭성을 요구할 수 있고, 동시에 만약 네가 나의 어떤 것을 해하려 한다면 동등하게 갚을 수 있다는 암시도 줄 수 있고 좋다.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면 원나잇 상대든, 파트너든, 데이트 메이트든, 친구든, 연인이든 그 어떤 관계가 되려고 한들 더 나아갈 수 없는 상대다.
완벽하게 신분을 숨기는 법 강의라도 해줘야 하는 건지, 틈이 너무 많아서 어이가 없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어정쩡하게 가렸던 정보 덕에 회사명과 가려진 본명으로 개발 포트폴리오까지 찾아버리지 않는가. 적어도 그렇게 다 숨기고 싶다면 카카오톡 오픈 채팅이라는 좋은 기능도 있으니, 제발 멍청하게 들키지 말고 본인이 알아서 주의해줬으면 좋겠다.
얼마나 간이 콩알만 하고 비대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에, 혹은 무슨 짓을 하려고 그렇게 가명으로 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상호 신뢰라면 그대들이 원하는 섹스는 무슨. 목적을 달성하려면 용기를 내어라 그대, 아랫도리의 숙주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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