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울으니 그제야 행동을 멈춘 건

소시민김씨 2021. 7. 6.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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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eans no'라는 운동이 떠오른 적이 있었다. '있었다'라고 하기엔 현재 진행형으로 아직도 말귀를 잘 못 알아먹는 사람들이 많아, 여전히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이 슬프다.
'그러게 강하게 싫다고 하지 그랬냐', '안된다고 하지 그랬냐' 식의 2차 가해는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에게 흔하게 벌어진다. 솔직하게 말해서 가해자들이 저 말을 곧이곧대로 듣기나 하나 싶다. 일본 포르노에서 나온 '야메떼', '앙 기모찌' 이런 밈도 농담으로 쳐주고 싶지도 않다. 야동으로 퉁쳐지는 포르노 산업으로 발생하는 밈이 굉장히 많지만, 이로 인해서 발생하는 왜곡된 성지식과 성인지 감수성의 추락은 주목 대상이 아니다. 괄목할만한 변화가 있을 곳도 아니기에 그저 한숨뿐이다. 빠르게는 아니더라도 좋은 쪽으로 천천히 바뀌었으면 하지만, 진퇴가 같이 일어나고 있으니 멍하니 바라볼 뿐이다.
왜곡된 성지식 중에 하나인 '좋으면서 싫은 척한다'가 가져오는 직접적인 피해는 무엇이냐 하면, 싫다고 해도 바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그래 너도 좋잖아', '부끄러워서 그래?', '좋으면서 싫은 척 하긴' 등 오싹한 레퍼토리가 바뀌지가 않는다. 한 둘이 아닌 걸 보면 잘못된 성교육이 얼마나 우리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공무원도 있었고,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들으면 바로 아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도 있었고, 개인 사업을 하는 분도 있었고, 각양각색의 곳에서 사회 일원으로 있는 사람들이었다. 주 상황은 차에 같이 있을 때나 둘이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였다. 손을 잡아서 싫다 하며 손을 빼냈고, 키스를 하려 해서 입술을 막은 후에 싫다 이야기를 했고, 가슴을 만지려 해서, 엉덩이를 만지려 해서, 또는 허리를 잡으려 해서 등등 만지지 말라, 싫다, 하지 말라, 정중하게 말했다. 돌아오는 말은 앞서 말한 세 문장. '왜 그래 너도 좋잖아', '부끄러워서 그래?', '좋으면서 싫은 척 하긴'. 아니 진짜로 싫다고요.
한 번은 비슷한 상황이 몇 차례나 반복되어서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싫다는데 자꾸 왜 이러시는 거예요'를 하니 그제야 행동을 멈춘 경우도 있었다. 그는 그러고서 당연하게도 잠수를 탔다가 기억도 잘 안 날 때 즈음 카톡으로 '잘 지내?'따위의 소리를 했다. 아, 제발.
'좋으면서 싫은 척 하기는' 이런 말을 하는 판단을 가진 사람에게 피해자가 얼마나 단호하고 강력하게 싫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랄발광을 하면서 싫다 살려달라 뭐 이런 식으로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하면 피해를 받지 않고 멈출 수 있을까?
얼마나 진도를 나갔는지 몰라도 싫다고 하면 멈춰야 한다. 어제나 지난 주엔 좋다고 했을 수 있어도, 지금 싫다면 멈춰야 한다. 동의 없는 신체접촉은 범죄다. 감자탕을 퍼주는 것은 성행위에 동의한 게 아니다. 강간당한 후 먹은 떡볶이는 화대가 아니다.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들이 흔들릴 때면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싶다. 유명한 동의에 관련된 영상이나 하나 두고 마무리 해야겠다.

https://youtu.be/oQbei5JGiT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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