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차단됐나 전화하는 사람을 만난 건

소시민김씨 2021. 9. 5. 02:15
728x90

 계정 차단을 잘 안 하는 편이다 보니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연락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때마다 적당히 정중하게 '네, 그러시구나, 가던 길 가세요'한다. 보통은 얌전히 사라지거나, 왜 이렇게 바뀌었냐고 반응하거나,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아냐고 화를 내거나, 또는 집착적으로 계속 연락을 시도한다. 아무리 차단을 잘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지만, 집착해서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경우 차단이 그나마 답이라고 생각했다. '연락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하고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차단을 걸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차단 목록에서도 삭제하는 식인데, 이 사람은 좀 달랐다.

 거의 매년 주기적으로 마치 자신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마냥 연락을 해 오던 사람이 있었다. 차단을 하고 풀면 그걸 또 어떻게 기깔나게 알았는지 다시 연락을 하는데, 이름을 부르는 것도 '허 답 안 하네?' 하면서 치명적인 척하는 것도 소름 끼치는 분이었다. 여담이지만 잘생긴 사람이 치명적인 척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못생긴 사람이 치명적인 척할 때는 몸서리를 치는 사람이라, 그분에게 카톡이 오면 모든 신경이 뭔가 쭈뼛 서는 느낌이었다.

 정기적인 연락처 정리를 해서 차단이 풀린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에게 카톡이 왔고 바로 차단 목록에 넣어드렸다. 그러고 난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네 여보세요?"

 "..."

 상대는 꽤 길게 느껴지는 시간 동안 말이 없었다. 끊고 나서 번호를 추가해보니 아, 그분이더라. 전화번호는 지운 지 오래라 몰랐는데 이야 이렇게 전화를 하실 줄이야. 연락처를 차단 목록에 잘 추가하고, 카카오톡 친구 목록에서도 지우고 소름 끼쳐하며 조치를 취했다. 차단된 건가 확인하는 전화라니!

 몇 번을 말로 거절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런 거절도 수용하지 않고, 그는 딱히 엮인 것도 없으면서 왜 몇 년이고 나에게 연락을 했던 걸까? 딱 한 번 보았을 뿐이고, 그 이후로 적어도 3년은 더 지났는데 그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애정공세를 하는 것도 아니고, 매력 어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연락했는지 밝히는 것도 아니고, 당하는 입장에서는 어쩌라는 거지 싶을 뿐이다. 아니다 싶을 때는 적당히 물러나는 게 서로에게 중요하다. 단순히 그저 별로인 사람에서 피해야 하는 사람으로 스스로의 인상을 새기게 되지 않도록 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