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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24

1. 어느 누구도 경복궁이 휴관일일 것이라 생각 못 했고, 현대미술관이 예술 주간이라 무료일 것이라는 것도 생각 못 했다. 2. 참여형 예술은 항상 설레게 해주고 외려 차분하게 만들기도 한다. 3. 생각은 복잡하고 '너는 아직 젊고 어리다'와 '어서 빨리 자리 잡아야지' 속에서 비틀대는 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의지하게 되는 것 같다. 남에게 항상 거리를 두어 왔지만 어째 그 와중에도 내 곁에 있어준 사람들이 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겠지. 4. 거의 기계적으로 할뿐이지 뭔가를 제대로 한 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요즘인데, 하려는 의욕도 안들고 이불 속에서의 하루가 너무 좋다. 인간은 왜 동면하지 않는가. 5. 전기 장판 + 무거운 이불의 콜라보는 매우매우 위대하다.

#김씨잡변 2020.04.25

2016.09.03

짧던 제주 여행. 0. 아직 사진 다 모으지도 않았는데 엄청난 양이다. 1. 마음 맞는 사람끼리 가면 참 좋다. 2. 너무 열심히 먹었다. 3. 여행은 날씨가 받쳐줘야... 4. 오설록에서 형제와 부모해서 같이 가족여행 온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우애가 좋지? 5. 여전히 찍히는 거 어색하지만 몇 차례 내 사진을 올릴 것 같다. 그리고 틈나면 추억팔이 할 듯. 6. 피곤이 이제야 몰려온다 안돼 7. 나는 정말 노는 걸 좋아한다. 누군들 안 그러겠냐만 8. 빠르다 시간 9. 운전 더 해볼 걸 했다가도 '아 맞다 렌트카지'하고 얌전히 자중 10. 살아나라 현실 감각

#김씨잡변 2020.04.25

2016.08.02

1. 호로요이 너 비싼 술이구나. 음료술이면서... 2. 사람이 정직하고 일관되게 살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가 어그러지는 일이 많아진다. 사실 정직하면 일관되기 쉬워지고, 일관을 유지한다면 정직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모순된 모습으로 사람을 잃지는 않는 것 같다. 가장 쉬운 방법은 정직이겠지만 나는 항상 정직하지는 않다. 3.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날 수 있게 된만큼 그 관계를 가벼이 여기는 사람들도 참 많은데, 나는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 사람들이 그렇게 맺어진 후 끊는 걸 제대로 안하면 참 고깝더라. 자연스레 흐려지는 것과 갑작스런 잠수는 다른 거고, 사람 일이라는 게 모르는 건데... 4. 전공탓일지 외국 작가들은 그나마 많이 알고 어떤 책이 고전이며 읽어야지~ 이런 걸 아는데, 한국 작가는 뭐 아는 게 ..

#김씨잡변 2020.04.25

2016.06.02

나에게 말뫼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자 나도 모르게 놓친 기회인 것 같다. 졸업하고 일 하는 애들도 있고 곧 막 학기를 준비하는 애들도 있고... 아무래도 유럽 감성이랑 맞는 나새끼는 한국에서 파닥파닥 허우적거리는 느낌인데, 다들 제 갈 길 알아서 잘 가는 것만 같다. 뭐 나도 좀 느릴 뿐 잘 가고 있지 않을까? 여전히 작은 일에 설레하고 사소한 일에 행복해할 줄 아니까,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내가 되도록 바라며 조급해 말고 꾸준히!

#김씨잡변 2019.09.21

2016.04.04

대중교통에게 버림받은 날이다. 걷고 지하철 타고 버스 놓치고 뛰고 또 버스 놓치고 다른 경로 검색해서 빠르게 다른 버스 타서 다른 역에 가서 지하철로 다시 환승하고 내려서 엄청 뛰어서 가까스로 정시 도착했다. 이틀 동안 하는 일이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했고, 몇 가지 사항 얘기를 듣고 4분 만에 이야기가 끝났다. 1시간 10분을 꼬박 채워서 왔는데 4분이라니. 억울해! 말도 안 되게 허탈한 기분으로 근처 카페를 쳐들어가니 메뉴들이 신기하다. 벚나무가 보이는 자리에 앉아 회색 건물들 사이에 다른 세상 마냥 핀 벚꽃을 보며 건강 바나나라는 음료를 마시는데,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지하철 기다리면서 급하게 빙그레 커피우유와 푸우 바나나 우유를 마시지 말 걸. 밀린 일기나 쓰고 책 좀 읽으면서 머리 정리하고 가야지..

#김씨잡변 2019.09.21

2016.04.03

다들 어딜 그리 가는지 서울 나가려는 데 버스가 꽉 차, 눈 앞에서 두 대나 보내야 했고 어찌 더 이상 늦을 순 없어 탄 세 번째 버스도 만석이었다. 앞문 계단에 겨우 올라타 신도림으로 넘어가는데 도로에서도 도무지 머스는 움직이질 않았다. 나는 이미 늦었구나 슬퍼하는 데 날이 너무도 화창했다. 이제는 중립적인 의미지만 나에겐 아직도 부정의 의미가 담겨있는 너무라는 부사가 어울리는 날이었다. 눈부신 햇빛도 따스한 햇살도 그걸 상회하는 찬 바람도 모두 어우러져 걷기 좋은 날씨였다. 늦어서 미안함에 뭐라도 하려 했지만 뭘 할 수가 없었다. 사실 내 마음은 이리도 좋은 날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질 않은데, 너 따위가 뭔 상관이냐 하듯 너무도 좋은 날이었다. 광화문이니 서촌이니 북촌이니 경복궁이니 하는 곳들을 골..

#김씨잡변 2019.09.21

2016.03.19

조목조목 따져보면 예쁜 구석이 많다. 잔재주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만혹, 생각도 많고, 배우고 싶다는 욕심도 많고, 나름 배운 것도 많고, 싫은 건 그래도 싫다고 하는 용기도 있고, 어떤 때 말을 참아야 하는지 아는 눈치도 있고, 때에 따라 자신을 죽이는 법도 자신을 표현하는 법도 알고, 집순이지만 나가서 활동하는 것도 좋아하고, 손재주도 꽤 괜찮은 편이고, 귀부인의 풍만함을 더 좋아하고, 작은 것에도 잘 웃고 신기해하고. 이래저래 알아갈 만한 매력이 많은 사람이다. 그저 지금은 구심점을 잃어서 많이 흔들리고 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에게, 변명만 하는 자신에게 미움이 들 뿐. 알아요. 피어나기 위해 각자의 아픔으로 고민으로 흔들릴 필요가 있다는 걸.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누군가..

#김씨잡변 2019.09.21

2016.03.10

심심하니 쓰는 김씨의 신체에 관한 잡지식 1. 이는 교정하지 않았으나 고른 편. 2. 화장할 때 눈썹 안 그리고 다듬거나 채우기만 함. 자연임. 3. 쌍꺼풀은 다 있지만 속쌍꺼풀이고 오른쪽이 더 짙고 왼쪽은 피곤할 때만 보임. 4. 키에 비해 손은 작은 편. 5. 정확한 키를 모름. 6. 수능 끝나고부터 -9 +13 -8 +11 -13 이런 몸무게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지금 솔직히 살 빼기보다는 건강 유지 목적으로 계속 운동 중. 7. 날씬한 적이 없었지만 본인의 몸 별로라 자존감이 낮았던 건 의외로 최근의 일/ 8. 역변도 정변도 아니고 그대로 컸음. 9. 왼쪽 밑 눈물 점 있음.

#김씨잡변 2019.09.21

2016.02.17

문득 사진 정리를 하는데 장미를 발견했다. 내가 받은 것도 아니고 결혼식에서 신부에게 주기 위한 그런 꽃이었다. 꽃 보면 왜 이리 설레는 걸까? 이런 거엔 설레면서 왜 사람한테는 설렐 일이 참 드문지... 다들 어찌 만나서 그렇게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하는 걸까 싶다. 뭐 나한테 온 관심도 차단하고 그랬으니 크게 할 말은 없다. 연애를 위한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는 게 큰 이유고 내 약한 모습을 보여줘도 될 만큼 내가 괜찮다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 그보다 지금 당장 남에게 관심을 줄만큼 내가 시야가 자유롭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모르는 사람을 관찰하고 구경하고 그렇게 잠깐 하는 거야 재밌고 흥미롭고 괜찮은데, 지속적으로 그 관심 텐션을 유지하기엔 금방 제 풀에 지친다. 멍총망총. 로..

#김씨잡변 2019.09.21

2016.02.05

요새 좀 싱숭생숭하고 그래서 뭐라도 보고 싶었고, 우연히 알게 돼서 무턱대고 예매를 했다. 내일도 올 대학로지만 오늘은 혜화역에서 조금 떨어진 연우소극장까지 슬금슬금... 무대에서 저 정류장 부분을 스크린 겸 파티션으로 사용한 멀티미디어극?이었다. 사실 좀 뻔한 스토리이긴 한데 음 배우분들 목소리 빨... ㅎㅎ 고딩역 언니 발이 너무 쬐매 내서 매우 귀여웠다. 배우 지망생으로 나오는 역할이 있는데, 중간에 I'm good. Good. 하며 슬프게 부르는 노래를 들으며 뭔가 저 역할이 나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괜찮다고 다독이면서 또 난 꽤 괜찮은 사람이야 자위하는. 이거 말고 무뎌지기보다 낯섦을 느끼는? 뭐 그런 대사가 있었는데, 흠 그건 모르겠다. 요새는 너무 무뎌진 듯 해서 설렘이나 낯섦을 느끼고 싶은..

#김씨잡변 2019.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