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잡담

일용직 노동자 김씨의 공백기

소시민김씨 2019. 1. 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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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글과 모순으로 보일지도 모르지만, 2016년부터 2018년 3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래저래 생각도 못했던 일들을 하며 자유롭게 살았다. 정기수입이 있는 취직보다는 하루벌어 며칠 연명하는 일용직의 삶이었고, 그리 나쁘지 않았다. 어디에도 적을 두지 않은 3년. 3년을 단순히 공백기로만 볼 사람도 많을 것이다. 다만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눈치를 키운 내 3년을 나라도 좋게 봐주기로 했다.

 교정교열, 논문 번역, 서신 번역, 영어 과외, 행사 진행요원, 축제 스태프, 사무보조, 단순 포장, 시험 진행요원, VIP 리에종, 공모전 검수요원, 외국인 모델 촬영 현장 담당자, 회의록 작성 아르바이트, 의전 아르바이트, 팝업스토어 아르바이트, 진로관련 강연자, 진로상담행사 보조, 사이버대학교 조교, 카페 아르바이트, 사진 촬영, 동영상 제작, 엽서 제작 판매 등. 나열된 것 외에도 찾아보면 서너 가지는 더 나올 것이다. 어떤 일을 하든 나쁘지 않게 처리하여서 (물론 아르바이트라 책임이 거의 없다는 성질도 있지만) 다음번에 다시 불러주시는 경우가 많았다. 

 항상 찾아주시고 잉여노동력을 써주셔서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아 이렇게 하루살이처럼 먹고 살아도 되나'라는 고민도 많았다. 하도 이리저리 무언가를 하다보니, 지인들 중에는 취준생이라기보다는 '프리랜서'라고 생각해주는 경우도 있었다. 계약직 혹은 일용직 노동자의 삶이었지만, 남들 다한다는 스펙쌓기보다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하다보니 그런 행보를 이뤘다. 배부른 소리겠지만, 많이 아파하고 앓으면서도 동시에 이런 시절을 즐기고 있다. 

 나의 아르바이트 이야기는 생존기가 아니고 삶을 그려가는 일화정도이다. 자조적으로 일용직 노동자 김씨라는 표현을 적었지만, 누군가는 나의 저 단어 선정을 불쾌하다 느낄지 모른다. 생존의 길로가 아니라 어느 부잣집(실제로는 중산층이지만) 자제의 어설픈 사회생활놀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학위 취득 후 3년. 누군가는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다 생각할 공백기. '그래서 네가 이룬게 구체적으로 무언데?'라는 질문에 '구체적인 것은 없어요'라고밖에 답할 수 없는 그런 시간. 그렇지만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고, 다양하게 아파하고 이렇게도 힘들 수 있구나 느낄 수 있었기에, 적어도 스스로는 내 삶에서 필요했던 시간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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