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잡담

"다른 이야기지만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소시민김씨 2018. 12. 3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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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와 블로그 구매 업체가 섞이면 끔찍한 혼종이 되는데, 얼마전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짐을 정리하며 아끼던 만화책들을 판매하려고 중고나라에 글을 올려 두었다. (빨리 팔렸으면 좋겠다 흑흑) 만화카페 붐이 한 차례 지나간 것인지, 아니면 마이너한 작품이라서인지는 몰라도 생각보다 판매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어서 다른 좋은 사람 손에 들어갔으면 하는데, 알바 중 물건에 관심이 있다는 문자가 왔다.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려는데, 이때 얘기를 그냥 멈췄어야 했다.

 카톡으로 이야기를 해도 되겠냐고 물으셔 괜찮다하니, 중고거래가 처음이라며 상대가 운을 띄웠다. 중고거래가 처음이라도 상식선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인데, 일단은 설명을 했다. 직거래는 이러하고, 배송거래는 이러하다.

 "아 그렇군요! 다른 이야기지만 뭐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네, 뭘까요?"

 "블로그 주인분 맞는데 왜 아니라고 하셨나요? 정말 궁금해서 여쭤봅니다. 책은 살 의향있습니다."

 상대가 선을 넘었다.

 오전 중에 블로그 매입 관련하여 카톡이 몇 차례 있었다. 대답을 굳이 안하면 되는 걸, 예전 알바를 하면서 콜드콜 받을 때 기분 나쁜 기억때문에 대답을 꼭 하게 된다. 답변은 보통 가볍게 '제 블로그 아니에요'정도.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향한 아웃바인딩을 싫어하고, 아이디가 같다고 하여 사적공간인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는 불한당들을 다 신고 먹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들도 먹고 살자고 그러는 거겠지~하면서 적당히 예는 갖추는 편이다.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말이다.

 '관심 없어요'가 아니라 '제 블로그 아니에요'로 말하는 이유는 생각이나 해봤을까. 판매는 생각도 없을 뿐더러, 전에 계약서까지 보내주신 분 덕분에 블로그 주인에게 이득이 될 것이 아무것도 없는 계약조건도 잘 알고, 공용 블로그를 맘대로 팔고 자시고 할 수가 있을리가. 블로그 판매는 블로그 관련 연락처를 이용해야지, 카톡이 말이 되는가. 철저하게 사적인 공간으로 넘어온 것이며, 불쾌하고 예의 없는 행동이었다.

 "진짜 제 거가 아니라서요."

 쓸데 없이 내 블로그가 아니라고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설명해야 했고, 상대의 대응 방식은 참 같잖았다. '불쾌하다'라는 단어로 직접 표현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외려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마지막엔 사과를 받아냈지만, 이런 사람때문에 내 시간을 낭비했다는 것이 거슬렸다. 아마 몇 번 이런 방식이 계속되면 누군가는 신고 잘 먹여주겠지.  

 오늘도 중고로운 평화나라와 블로그 구매업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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