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10년 전 사진을 걸어 놓은 사람을 만난 건

소시민김씨 2021. 9. 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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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올려놓아야 하는 어플의 경우 종종 프사기를 당할 수 있다. 프사기(프로필+사기)란 프로필 사진과 실물이 다른 경우를 일컫는 말로, 소셜 미디어 계정에 본인의 사진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지며 잘 쓰이는 단어이다.
소개팅 어플은 대부분 사진을 요구하기에 프사기를 당할 확률도 높다.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못 알아볼 정도로 보정을 하지 않기 때문에, 프사기가 그렇게 흔한 일인 줄 몰랐다.
일반화하면 안 되지만, 여자의 프사기가 보정 때문이라면, 남자의 프사기는 보정은 물론이고 세월이나 순간포착의 경우가 많았다. 보정만 있는 경우 그래도 아 대충 이런 거 보정했구나 하고 넘어갈 수준이지만, 찰나의 기적은 얘기가 다르다. 정말 알아볼 수가 없다. 그중 압권은 바로 10년 전의 모습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한 사람이었다.
찰나의 기적으로 만들어낸 프사기꾼들을 만나도 알아보지 못한 적은 없었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한참을 서성였다. 분명 도착했다고 했는데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세상에 저 사람이 그 사람이라고요? 카페에서 첫 질문은 당연하게도 '프로필 사진은 대체 언제 사진인 건가요?'였다.
10년 전이라는 이야기에 프로필 사진은 과연 몇 년 전 사진까지 걸어도 되는 걸까 라는 물음을 갖게 되었다. 프로필 사진이라는 것은 자유이고 심지어 본인 사진이기 때문에 틀린 말은 아닌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어플에다가 올린 것은 에티켓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과의 접점을 만든다는 어플의 용도를 감안했을 때, 잘 나온 최신의 사진을 올려둬야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다.
성장기가 아니라 다 자란 성인이기에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인생의 큰 굴곡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1-2년 정도는 인상이나 얼굴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관리를 잘했다면 3년은 그래도 비슷한 느낌인 것 같다. 5년 정도가 지나는 순간 아무리 평탄한 삶을 살았더라도 얼굴에 인품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조금 더 온화하게 혹은 조금 더 고약하게 인상은 바뀌는 것이다. 아무리 잘 나온 사진이 없다지만 사람을 새로 만나는 앱이라면 적어도 3년 이내의 사진을 올리는 게 예의가 아닐까? 성인이 되고 잘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하겠지만, 사람은 생각보다 쉽게 많은 것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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