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나리로 윤여정 배우님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르고, 덕분에 까먹고 있던 기억이 잠시 생각나 적어볼까 한다. 윤여정 배우님의 필모그래피, 출연작을 보면 계춘 할망이라는 작품이 있다. 오늘의 이야기는 이 계춘 할망이라는 작품에서 시작한다.
영화는 개봉 전 여러 가지 시사회를 거치기도 한다. 그중 블라인드 모니터 시사회는 개봉 전 관객의 의견과 반응을 듣는 시사회로, 시사회를 마치고 나서 관객에게 설문을 진행하는 식이다. 당시 나와 얘기하던 분은 스케줄 근무를 하는 분이었는데, 우연히 오프날에 블라인드 시사회 기회가 생겼다며 나에게 같이 가겠냐는 제안을 했다. 영화 장르를 가리지 않고 보며, 꽤나 좋아하는 편이라는 걸 얘기하다 느끼셨던 것 같다. 물론 매칭 초반에 어색한 대화를 할 때 '뭐 좋아하세요?', '쉴 때는 뭐 하세요?' 같이 뻔한 질문이 오갔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시각 자료 보는 걸 좋아한다'라는 나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영화 관련하여 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블라인드 모니터 시사회로 본 영화가 바로 계춘 할망으로 당시에는 가제라고 적혀있었다. 단순 블라인드 시사회가 아니라 모니터 시사회였어서 편집이 진행 중인 미완성본이었다. 음향이 다 편집되지 않은 곳도 종종 있었고, 아직 CG 같은 후처리를 못한 부분도 있었다. 제작의 중간 과정을 엿본 느낌이라 신선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설문지에 괜찮은 제목이 있는지 주관식으로도 객관식으로도 물어봤으나, 가제로 개봉을 한 것을 보니 모두가 딱히 더 낫다 싶은 제목이 없었나 보다.
스케줄 근무를 하는 분이다 보니 만날 때 시간을 맞추기 어려운 편이었는데, 생각보다 여러 번 보았다. 시공간의 제약이 많았기에 보기 힘들었는데도 말이다. 그저 지나가다 한 시간 남짓으로 보고 헤어지기도 하고, 영화만 보고 헤어지기도 하고. 사람이 조건을 따지지 않고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둔다면, 즉 보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어떻게든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던 만남이었다. 이후엔 관심이 적당히 식으셨는지 잘 연락 안 되어서 얼마 지나 정리했지만, 나름의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흐릿하지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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