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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만남 때 그는 이 느낌을 놓치고 싶지 않고 내가 매우 괜찮은 사람으로 보인다며 만나보자 했다. 서로 알아가자라는 뜻인 줄 알고 그러자 응답했다. 웬 걸, 그게 사귀자는 말이었구나. 그는 그럼 오늘부터 1일이라하더니 커플 어플로 유명한 비트윈을 깔게 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람.
본인 생일이라며 스테이크를 구워주겠다는 명목으로 집에 초대를 받았다. 세 번째 만남이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나를 마중 나왔고, 함께 그의 집으로 갔다. 가족들이 모두 외출 중이라서 초대한 거라지만, 영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낯선 장소에서 낯선 이가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있었다.
저녁에 일정이 있어 식사 후 그는 나를 집에 데려다주었다. 짧게 본 게 너무 아쉽다며 다음날 동네까지 찾아오겠다 했지만, 그날 저녁 그는 갑자기 말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다음날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메시지를 받았다.
'아직 전 애인을 잊지 못해서 계속 만나는 건 힘들 것 같아. 잘 지내. 미안.'
급발진에 급제동이라니. 그렇게 하면 언젠가 사고 날 텐데 싶었다. 엑셀이든 브레이크든 슬~슬~ 사알짝 밟으라고 운전 강습 때 배우지 않는가. 운전을 부드럽게 잘하던 사람이었는데 왜 저러나 싶었다. 적어도 솔직하게 말이라도 해줘 다행이다 해야 하려나. '그래 잘 지내' 짧은 답문을 보내고 연락처를 정리했다. 어정쩡하게 남은 비트윈 어플 설치 기록이 무언가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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