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트랜스젠더냐는 질문을 들은 건

소시민김씨 2021. 4. 18.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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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소통의 약 55%는 비언어적 요소, 약 40%는 반언어적 요소, 나머지 5% 정도가 언어적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메신저로만 이야기하는 것보다 통화를 하는 것이 상대방과 소통하거나 연결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용건만 간단히 세대에 문자가 더 익숙하기에 용건 없는 통화를 어색해는 편이다. 그러나 사람은 다각적이라고 통화는 어색해하면서도, 자기 전 조곤조곤 통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지인 한정 관종이라 나한테 집중해주는 게 참 좋다. 상대의 시간을 온전히 뺏어야 하는 것이기에 쉽게 통화하자고는 안 해도, 음성으로 얘기하는 것은 꽤나 매력적이다. 특히, 밤의 통화. 어두운 방에서 눈 빠지게 화면 안 봐도 되니까. 그렇게 불 끄고 톡 하다가 눈 아작 나는 거라고요.

 틴더 특성상 저녁~밤에 매칭이 되어 이야기를 이어가는 때가 많았다. 이야기가 길어지다 보면 눈이 아파 가끔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때도 아마 비슷한 경우였던 것 같은데, 상대는 나에게 어떤 목소리를 기대했던 걸까? 그는 통화를 시작하자마자 '어...' 하며 잠시 '이게 아닌데?'스러운 뉘앙스로 말을 쉬었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건 좀 민감한 질문일 수 있긴 한데... 혹시..."

 이 밤에 민감한 질문이라니? 또 이상한 섹슈얼한 소리 하려나 하고 살짝 인상을 쓰려는 차에 뒷말이 이어졌다.

 "트랜스젠더세요? 아니 전에도 만나본 적이 있다 보니까... 제가..."

상대적으로 평균보다 낮은 목소리와 차분한 톤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처음 듣는 소리였다. 가볍게 아닌데요 하고 말았고, 저렇게 물어볼 생각은 어디서 나온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도 그런 언급을 한 적이 없고, 처음 보는 사이에 거의 스몰토크 수준의 대화를 하며 어떤 사람인지 알아나 보는 중인데, 갑자기 성 정체성 얘기를 한다고?

 짧고 어색한 통화 뒤에 그는 계속 의심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어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거북함을 보였던 것은 나를 연애대상으로 선정하고 이야기를 해서였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인 것은 바뀌지 않는데, 어떤 부분을 걸려했던 것일까? 그는 과연 살면서 몇 명의 성 소수자를 만나게 될까? 그들에게도 그는 그렇게 갑작스런 아우팅을 요구할까? 이런 생각을 보통은 잘 안 하는 것이려나.

 그가 솔직하게만 얘기해준다면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아쉬웠다. 대화는 서로 하는 건데 한쪽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지 뭐. 그 이후로도 트랜스젠더냐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단어를 볼 때면 종종 생각난다. 그의 행동에는 어떤 사고 흐름이 담여있던 것일까? '짧지만 얘기해서 재밌었어요. 수고하세요'하고 정리한 작은 일이었지만, 가끔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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