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멀끔한 외모에 예쁘게 말을 하던 그였다.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반이 꽉 차게 걸리는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카페에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며 내 주변까지 와주었다. 세 번쯤 만났을까, 집에 도착했다던 그의 태도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새로운 사람이랑 연락하나?', '혹시 그냥 자려고만 했는데 낌새가 없어서 그런가?' 등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들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미 그의 태도는 바뀌었고 굳이 그 태도를 바꾸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연락이 뜨문뜨문 해지고, 그에게선 대화 의지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태도가 살짝 거슬리기 시작할 즈음, 그래도 실제로 본 사이이기도 하고 조금이나마 호감도 있었으니, 확실하게 물어보고 정리하자는 마음이 들었다.
"이제 연락하지 말까?"
"아니야 그건 아니고 내가 몸이 아파서 그래."
갑자기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뀐 시점이랑 아픈 시점이랑 맞지도 않는 것을, 그걸 이유랍시고 얘기하는 게 웃겼다. 본인의 감정이 어떤지는 물론이고, 그때는 어떤 행동을 했고, 지금은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잘 모르는 듯싶었다. 말과 행동을 항상 의식하지는 않는다지만 이야기가 나온 마당에도 본인은 잘 모르더라. 그저 아파서 힘이 없다는 말만 계속하였다. 처음 만났던 날도 그 순간도 아픈 건 마찬가지면서.
가볍게 만나기에도 좋지 않은 상대고,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특별히 내 삶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기에 연락처 정리 대상자에 분류했다. 한 차례 물어볼 게 있어서 연락했으나 여전히 같은 태도를 보였다. 깔끔하게 없던 일 치자 하고 잊고 지내던 어느 날,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제 잘못된 생각으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하였고 피싱사기를 당하게 되었습니다. ······."
요는 불쾌한 사진이 전송되어 올 수 있으니 클릭하지 말아 달라는 이야기였다. 몸이 아프면 요양이나 잘하고 회복에 힘이나 쓰지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걸까. 나라면 다르게 처리했겠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이게 최선이었겠지 하며 조용히 단톡방을 나왔다. 아직도 사람 보는 눈 키우려면 멀었네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를 잠시나마 좋게 본 것이 씁쓸했다.
육욕은 욕망이지 욕구가 아니다. 매슬로우가 구분한 인간의 욕구 다섯 단계 중 가장 아래에 위치한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에 sex가 포함되지만, 생리적 욕구 단계는 최저치를 충족시키는 것이지 최대치를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쎄함은 과학인가 싶기도 하고, 섹스 그게 뭐라고 이렇게들 열정적인 것인지. 피우지도 않는 담배가 땡기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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