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잡변/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첫 경험을 가져가달라는 사람을 만난 건

소시민김씨 2022. 9. 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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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냅챗 친구 추천 목록에 낯선 이름이 보였다. 이 친구 아직 내 번호가 있나 보네. 틴더 사용 보고서는 몇 해 묵은 이야기가 많고, 이 친구도 그렇기에 살짝 놀라긴 했다. 다들 연락처 정리를 잘 안 하나 보구나. 당시는 한 겨울로, 이 친구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입학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얼마나 설레는 순간이겠나, 그간의 노력과 운이 합쳐진 합격장을 받고 새로운 변화에 앞서 두려움과 흥분이 뭉터기로 있는 그 시간. 오만방자해도 세간에서 청춘이다, 젊음의 패기다 덮어주는 그 시간. 그는 그 시간 속에 있었다.

 단정적으로 이런 말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고, 어폐가 있을 순 있으나, 대학 입시가 인생 최대의 업적인 사람만큼 작은 사람도 없다. 수능성적도, 대입도 오롯한 실력으로 성취한다는 착각이 있는데, 앞서 나열한 두 가지 모두 운의 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 그 아래에 깔린, 켜켜이 쌓인 배경을 낱장으로 들춰본 적이 있기나 할까. 젖살이 다 빠지지 않아 동그스름한 얼굴 뒤에는 으레 그렇듯 비틀린 성관념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성교육 과연 어디 있는 것인가.

 이러 저러한 얘기를 하다, 성관계를 하는 게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뭐 좋죠, 좋은 사람이랑 하면.", 나는 말했다.

 "저 한 번도 안 해봐서 너무 궁금한데, 한 번 해보면 안 돼요?" 그가 말했다.

 섹스라는 게 아무 의미 없이 할 수도 있지만, 감정을 교류하는 교감 활동이다, 적어도 첫 경험정도는 좋아하는 사람이나 제대로 된 관계에서 하는 게 맞다, 섹스 좀 못한다고 죽는 거 아니니 처음은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사람이랑 같이 맞춰가는 거랑 몸만 탐하는 것은 다르다, 섹스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다. 그에게 설명했다. 그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그럼 합시다'라는 태도였다. 그럼 하고 싶게 만들어 보든가. 도발을 하니 그는 본인이 가진 포르노 지식으로 지저분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상대가 같은 사람이라는 걸 전혀 무시하는 그런 말. 방금 전까지 여동생과 친밀하다는 얘기를 하던 친구가 맞나 싶었다.

 응 아니야 응 안돼 응 다른 사람이랑 해. 단순히 싫다는 얘기가 아니라 저 뒤틀린 가치관이랑 얽히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였지만, 그걸 이해할 수 있을 친구도 아니었고 거절을 반복하는 것으로 얘기가 마무리 됐다. 성경험 없는 게 뭐 어떻다고 싶은데, 이해가지 않는 그들 세계 순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듯 싶었다. 같이 뒹굴 것도 아니면서 왜 남의 잠자리 얘기가 궁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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