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나는 몸에 밴 리액션이 꽤 다양하고,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이다. 웃으면서 반사적으로 말을 잇기도 하고 읽고 답장을 안보내면 영 찜찜해하던 사람이었다. 틴더 하면서 그래도 온갖 이상한 상황을 겪으며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메시지를 읽고 나선 답을 뭔가 해야만 할 것 같다.
각설하고. 그에 대한 얘기를 하자면, 깨어있는 척했으나 자신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지 못했다. 마치 토론을 좋아하는 마냥 이야기를 했지만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른 의견을 표명하면 다다다다다 내가 틀렸다는 듯이 수정하기 바빴다. 단순히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토론은 아닐 텐데 말이다.
명절이면 안부도 묻고 안녕을 기원하는 문자를 보내는 습관이 있어서, 그 시즌이면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에 안부 문자가 없으면 연락처가 없는 거라는 표시를 해놓곤 한다. 연락처를 참 쉽게 날려먹는 편이기도 하고(핸드폰을 이리저리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해서 잘못 누르거나 초기화하는 경우도 많다), 연락을 더 해도 나만 매달리는 관계겠다 싶을 때는 정리를 하기에 본인 의사를 표시해달라는 의미이다. 보통 안부 문자가 안 오거나 한 경우 '연락처 없니 내 번호는 이거야'이런 식으로 상대가 관계 연명의 의지를 보여주거나 한다.
추석을 얼마 앞두지 않고 알게 된 분이었는데, 문자가 안 왔다고 나에게 짜증 섞인 감정을 표현했었다. 페이스북 친구도 끊고 굉장한 자기주장이었다. 아직 문자 보내는 걸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 그는 얼마 후에 술집에서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났고, 자신이 먼저 다가가 잘 되고 있다는 얘기를 했다. 덧붙이는 말이 '나 좋아했으면 미안해'. 좋아한 적도 없고, 좋아할 일도 없었다고 답하니 아 그래 하는 모습이 신묘했다.
소위 말하는 그린 라이트는 어떤 걸까? 대체 그는 뭘 보고 내가 그를 좋아했다고 느낀 걸까? 자문을 구해서 들은 답은 너무 리액션이 좋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매력을 느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남들 말하는 학벌, 재력 같이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지만, 그 사람을 보는 기준이 높은 편이라, 단순히 리액션이 호감의 척도라는 주변 얘길 듣고 황당하였다. 바라보기만 해도 그는 내 눈빛에서 꿀이 떨어진다 했다. 사람이란 원래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보고 싶은 대로 보기 마련이긴 하지만,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어휴.
생각이 닫힌 사람, 혼자만의 착각에 쌓이는 사람과 얽히지 않기. 사람 보는 눈만 높아지는 김씨였다.
'김씨잡변 > 틴더_사용보고서_ver.0.7'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 만남에 책을 선물 받은 건 (0) | 2021.01.19 |
---|---|
갑자기 모르는 단체방에 초대된 건 (0) | 2021.01.17 |
본 적도 없는 사인데 고백을 받은 건 (0) | 2021.01.15 |
화장 안 하고 나왔다고 한소리 들은 건 (0) | 2021.01.14 |
첫 연애 (비슷한 것을) 한 건 (0) | 2021.01.13 |